충돌
영화 [멜랑콜리아]를 보면서, 시시각각 지구로 충돌하기 위해 다가오는 별을 보다보니, 나도 주인공 클레어를 따라서 호흡이 가빠짐을 느낀다.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림을 느낀다. 한쪽 이어폰으로 소리를 들었기에 망정이었지, 만약에 영화관에서 그 압도적인 장면을 거대한 스크린과 입체적인 음향으로 들었다면 객석에 머무를 수 있었을까, 싶었다. 아마 객석을 박차고 일어났거나, 아니면 귀를 틀어막았을 것이다. 아마, 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순수한 어린아이들은 온갖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큰 소리 = 두려움,이라는 것은 어떤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화 되었다는 것인데, 짐작되는 것은 아마 어린시절 부모님의 싸움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별로 트라우마화 된 소리는 다르겠지만, 무튼. 그리고 소리와 관련한..
무국적자가 사는 법
평생을 무국적자로, 무소속으로 살아왔다. 물론, 한국인에게서 태어났으니 한국인이고, 부모가 낳았으니 나의 부모의 자녀로 기록되었겠지만, 늘 소속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 소속이 굳건했던 아이들이 가장 햇살처럼 빛났던 것 같다. 그 소속이란, 나와 부모의 정서적 연결감이었다. 떠올려보면, 우리 엄마는 우리 세자매를 수치스러워 했던 것 같다. 남자아이를 낳으려다 낳지 못한 결과물. 그래서 나도 어딜 갈때마다 졸졸 쫓아오는 동생들을 싫어했다. 셋이 좌르륵 서 있으면, 동네 어른들이 신기하게 쳐다보았고 그럴 때마다 동물원 원숭이 같다고 생각하며 수치스러워했다(물론, 철이 들고 나서는 동생들을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거기다가, 우리 부모는 모두 양친과 이른 이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