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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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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패를 내어 놓았다 검은 강물이 흘렀었다. 나와 온전한 사랑 사이에. 그 검은 강물은 감히 건널 수 없을 듯 보였다. 처음에는 내가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사랑을 원하는 줄 ‘알았을’ 때에는, 그 사이에 검은 강물이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 강물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강물 앞에서 울기도 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화를 내보기도 하고, 무력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어떤 반응에도 상관없이 검은 강물은 고고히 흐르고 있었다. 나와 검은 강물과 사랑은 그렇게 대치 상태로 꽤 있었다. 그러다 어제, 마이클 싱어의 에서 한 문구를 보았다. 영속적인 평화와 기쁨과 행복을 원한다면 내면의 혼란을 뚫고 건너편으로 가야만 한다.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나 사랑이 물결처럼 차오르는..
세상과 알과 나 나는 살아보지 않은 삶에 저항했고,살아본 삶에 저항했다.내가 바라는 삶은,내가 살아본 삶에서 딱 한 걸음.적당히 위협적이고 적당히 안전한 도전.그게 나의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르게,이제는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힘을 빼려 노력하고 있다.하지만, 이 삶에도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든다.왜냐하면 살아보지 않았던 삶에 대해무의식적 위협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으며,그것에 대한 저항에 쓰는 에너지, 괜찮을거야, 또한 작동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너무나 버겁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던 어제,지금 나의 삶에 주어진 것들을, 나열해 보았다.그리고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스케줄이 꽤 여유로웠기 때문이다.아, 버거운 것은 오로지 내 마음 뿐이었구나,하고 새삼 알아차린다.또한, 그..
감기와 사랑 지난주 금요일부터 아이가 밤에 기침을 했다. 느낌이 좋지 않아 다음 날 병원에 갔다. 감기약을 처방받아 먹이는데 열까지 오른다. 해열제를 먹이니 잠잠해졌지만, 한숨 돌리자 놀리듯 다시 열이 올랐다. 열과의 밤샘 사투가 시작되었다. 비몽사몽의 상태로 재우다가 다시 아이가 깨면 해열제를 먹이고 재우고 다시 자고, 낮에도 비슷한 상태로 아이를 돌보았다. 남편이 출장을 갔던 터라, 이어진 평일에도 회사에 연가를 내고 계속 아이를 돌보았다. 그런 와중에 내 몸도 심상치가 않았다. 토요일부터 심한 두통이 왔다. 두통은 이틀을 가더니, 그러고 나서 일요일 밤, 결국 감기가 왔다. 열이 계속 오르고 온몸에 몸살이 왔다. 너무너무 아팠다. 온몸이 두드려 맞듯이 아팠다. 월요일, 아이와 같이 병원에 가서 같이 진료를 받고..
벚꽃의 일 벚꽃의 계절이 지났다. 지난 2주 동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회사 주변 개천을 걸으면서, 벚꽃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었다. 지금 보지 않으면, 다시 보지 못할, 1년 후에나 다시 볼 수 있는 계절을 지난다고 생각이 드니까 더욱 아쉽고 그래서 더욱 아름다웠다. 그러다가, 문득 알아차려지는 것이다. 벚꽃이 지고 나서도 그 곳에 그대로 있을 벚꽃나무를. 갑자기 뜨끔한다. 아, 나는 이 나무를 2주만 존재하고 나머지 계절에는 없을 나무처럼 생각했구나. 다시 벚꽃을 본다. 팝콘처럼 하얀 잎을 너울거리며 흔들고 있는 나뭇가지들,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 그저 벚꽃은 벚꽃의 오늘의 일을 한 것일 뿐일텐데. 오늘 와서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카메라를 연신 들이대든, 내일 그 자리에 없는 나무처럼 스윽 지나가든, 벚꽃나무..
불안을 뒤로, 사랑을 앞으로 나는 애를 쓴다. 나는 조심스럽다. 나는 연결되고 싶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거리를 둔다. 누구에게든. 내가 맞을까, 틀릴까에 대한 준거기준이 늘 밖이었고, 밖에서 인정받고 싶었고, 밖에서 응답이 없으면 나는 불안해했다. 하지만, 불안은 내 안에서 올라오는 거였고, 타인의 인정의 응답을 받아도 의심하였으니, 결국 답은 자기신뢰였다. 무엇이 자기신뢰일까. 나의 근원을 믿는 것. 나 자신을 믿는 것. 다 알겠는데, 나를 어떻게 온전히 믿냐고. 한 번도 그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적고 나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정말, 정말로 그것을 경험한 적이 없을까? 아니다, 그냥 경험한 적이 없다고 거겠지. 어린 시절, 나의 겉과 내면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던 시절, 분명, 내게 그랬던 적이 있었..
긴 겨울 긴 겨울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겨울이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 겨울에 속해 있을지도 모른다. 작년, 나의 인생은 정점을 찍었었다. 나의 에너지의 원천이자 소명이었던 을 심화시켰고, 이를 뿌리 삼은 코치가 되어보자고 결심했었다. 자기연민을 심화시키기 위해 진행했던 소소한 기획들 가 잘 마무리 되었고, 자기연민 독서모임 를 모집하여 마무리했고, 처음으로 멘토코치로도 활동해보았고, 퍼실리테이터는 자격증은 따지 못했지만 스터디 모임을 6월-11월까지 자발적으로 운영하면서 뒤돌아봐도 후회 없을 정도로 집중해 보았었다. 11월까지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고, 12월에는 휴식 후 2024년에 다시 날아보자,라고 의기양양했었다. 살짝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휴식기라고 생각했던 12월에 스케줄이 점차 들어차기 시작하..
여러분의 2021 새해 계획은 무엇인가요? 2021년의 시작은 영화으로 인사하고 싶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종일관 맛있는 음식, 예쁜 배경들, 잔잔한 분위기와 자잘한 위트로 웃음을 주는 영화죠. 그 중에 제가 나누고픈 명장면은, 마사코역(안경쓴 여자분)의 모타이 마사코님이 카모메 식당 안을 노려보는 한 핀란드 여인과 식당 안에서 독주를 나눠 마시고, 술에 취한 그 여인의 집에 같이 가서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장면이었어요. 핀란드 여인이 술에 취해 울면서 남편과 찍은 사진에 손을 대고 마사코에게 계속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요. 그 여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오면서, 동료가 묻습니다. "저 여인의 말을 알아들으셨어요?"라고 하니, "아니."라고 무심하게 말하던 마사코. 저걸 몇년 전에 처음 봤을때,..
당신만의 신비로운 장소는 어디인가요 생각해보면, 도시에서의 삶의 탈출구는 늘 바다였던 것 같아요.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 광대한 느낌에 넋을 잃는. 그런데 오늘 몰아치는 강바람과, 강바람에 찰랑이는 물결소리를 듣는데, 어렷을 적 살던 곳의 매서운 겨울 바람과, 한여름에 찰랑이던 계곡물 소리와 겹쳐져서, 갑자기 찾아온 평온한 마음과 애틋한 마음에, 귀가 에이도록 몰아치는 바람에도 계속 강가를 걸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소중한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간 곳은 두물머리였어요. 차 안에서 멀찍이 강을 조망하며, 맛있게 연핫도그를 한 개 해치우고, 잠시 걸었습니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강물과 그 위로 내려앉는 찬란한 햇살, 강과 닿는 곳마다 있는 앙상하지만 거대하고 단단한 나무들, 강가에는 자갈돌들이 바람을 따라 딸그락딸그락 ..
손수건이 나에게 묻다 전 손발이 원래 찬데다, 긴장하면 손에 땀이 계속 배어나오는 체질이에요. 그래서 무대 앞에 서야 할 일이 있거나, 시험을 보거나 등등의 일이 있으면 손끝과 손바닥에 땀이 흥건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슥슥- 옷에 문지르거나, 휴지로 대충 슥- 닦고 버리는 무의식적인 습관으로 대처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다, 각종 미니멀리즘 서적을 읽으면서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사례를 보았는데, 처음 접했을 때는 부정적이었었어요. 와- 저걸 가방에 넣어다니면 내용물과 섞여서 너저분해지고 한번 닦고 나면 더러워질 텐데 어떻게 갖고 다니지? 매일 빨아야 하잖아!(저는 손세탁이 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어요) 했어요. 그런데, 계속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게. 그러다가 정말 어느날 무심코, 이 한 ..
당신에게 크리스마스 마지막 카드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자신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냅니다. 크리스마스의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네요 당신은 오늘도 여느때만큼 바쁘게 살았나요. 혹은 조용히 혼자의 시간을 보냈나요. 그 누구와 있든, 어떤 속도로 하루를 살았든, 오늘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카드는 당신 자신에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촛불을 켜둬도 좋아요. 예쁜 전구도 좋고요.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해도 좋겟죠.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나 자신만 있어도 충분하지만요. 한순간만이라이라도 있을, 그 온전한 혼자만의 순간에. 카드를 써봐요. 손으로도 좋고, 기기로 자판을 톡톡 눌러도 좋아요. 그마저도 어색하다면, 그저, Merry Christmas,라는 짧은 한마디라고 해도. 당신이 스스로 밖으로 내뱉는 순간. 스스로에 대한 작은 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