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알과 나
나는 살아보지 않은 삶에 저항했고,살아본 삶에 저항했다.내가 바라는 삶은,내가 살아본 삶에서 딱 한 걸음.적당히 위협적이고 적당히 안전한 도전.그게 나의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르게,이제는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힘을 빼려 노력하고 있다.하지만, 이 삶에도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든다.왜냐하면 살아보지 않았던 삶에 대해무의식적 위협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으며,그것에 대한 저항에 쓰는 에너지, 괜찮을거야, 또한 작동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너무나 버겁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던 어제,지금 나의 삶에 주어진 것들을, 나열해 보았다.그리고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스케줄이 꽤 여유로웠기 때문이다.아, 버거운 것은 오로지 내 마음 뿐이었구나,하고 새삼 알아차린다.또한, 그..
불안을 뒤로, 사랑을 앞으로
나는 애를 쓴다. 나는 조심스럽다. 나는 연결되고 싶다.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거리를 둔다. 누구에게든. 내가 맞을까, 틀릴까에 대한 준거기준이 늘 밖이었고, 밖에서 인정받고 싶었고, 밖에서 응답이 없으면 나는 불안해했다. 하지만, 불안은 내 안에서 올라오는 거였고, 타인의 인정의 응답을 받아도 의심하였으니, 결국 답은 자기신뢰였다. 무엇이 자기신뢰일까. 나의 근원을 믿는 것. 나 자신을 믿는 것. 다 알겠는데, 나를 어떻게 온전히 믿냐고. 한 번도 그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적고 나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정말, 정말로 그것을 경험한 적이 없을까? 아니다, 그냥 경험한 적이 없다고 거겠지. 어린 시절, 나의 겉과 내면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던 시절, 분명, 내게 그랬던 적이 있었..
당신만의 신비로운 장소는 어디인가요
생각해보면, 도시에서의 삶의 탈출구는 늘 바다였던 것 같아요.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 광대한 느낌에 넋을 잃는. 그런데 오늘 몰아치는 강바람과, 강바람에 찰랑이는 물결소리를 듣는데, 어렷을 적 살던 곳의 매서운 겨울 바람과, 한여름에 찰랑이던 계곡물 소리와 겹쳐져서, 갑자기 찾아온 평온한 마음과 애틋한 마음에, 귀가 에이도록 몰아치는 바람에도 계속 강가를 걸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소중한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간 곳은 두물머리였어요. 차 안에서 멀찍이 강을 조망하며, 맛있게 연핫도그를 한 개 해치우고, 잠시 걸었습니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강물과 그 위로 내려앉는 찬란한 햇살, 강과 닿는 곳마다 있는 앙상하지만 거대하고 단단한 나무들, 강가에는 자갈돌들이 바람을 따라 딸그락딸그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