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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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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신비로운 장소는 어디인가요 생각해보면, 도시에서의 삶의 탈출구는 늘 바다였던 것 같아요.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그 광대한 느낌에 넋을 잃는. 그런데 오늘 몰아치는 강바람과, 강바람에 찰랑이는 물결소리를 듣는데, 어렷을 적 살던 곳의 매서운 겨울 바람과, 한여름에 찰랑이던 계곡물 소리와 겹쳐져서, 갑자기 찾아온 평온한 마음과 애틋한 마음에, 귀가 에이도록 몰아치는 바람에도 계속 강가를 걸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소중한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간 곳은 두물머리였어요. 차 안에서 멀찍이 강을 조망하며, 맛있게 연핫도그를 한 개 해치우고, 잠시 걸었습니다. 눈이 시리게 푸른 강물과 그 위로 내려앉는 찬란한 햇살, 강과 닿는 곳마다 있는 앙상하지만 거대하고 단단한 나무들, 강가에는 자갈돌들이 바람을 따라 딸그락딸그락 ..
손수건이 나에게 묻다 전 손발이 원래 찬데다, 긴장하면 손에 땀이 계속 배어나오는 체질이에요. 그래서 무대 앞에 서야 할 일이 있거나, 시험을 보거나 등등의 일이 있으면 손끝과 손바닥에 땀이 흥건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슥슥- 옷에 문지르거나, 휴지로 대충 슥- 닦고 버리는 무의식적인 습관으로 대처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다, 각종 미니멀리즘 서적을 읽으면서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사례를 보았는데, 처음 접했을 때는 부정적이었었어요. 와- 저걸 가방에 넣어다니면 내용물과 섞여서 너저분해지고 한번 닦고 나면 더러워질 텐데 어떻게 갖고 다니지? 매일 빨아야 하잖아!(저는 손세탁이 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어요) 했어요. 그런데, 계속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게. 그러다가 정말 어느날 무심코, 이 한 ..
당신에게 크리스마스 마지막 카드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자신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냅니다. 크리스마스의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네요 당신은 오늘도 여느때만큼 바쁘게 살았나요. 혹은 조용히 혼자의 시간을 보냈나요. 그 누구와 있든, 어떤 속도로 하루를 살았든, 오늘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카드는 당신 자신에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촛불을 켜둬도 좋아요. 예쁜 전구도 좋고요.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해도 좋겟죠. 아무것도 없고, 오로지 나 자신만 있어도 충분하지만요. 한순간만이라이라도 있을, 그 온전한 혼자만의 순간에. 카드를 써봐요. 손으로도 좋고, 기기로 자판을 톡톡 눌러도 좋아요. 그마저도 어색하다면, 그저, Merry Christmas,라는 짧은 한마디라고 해도. 당신이 스스로 밖으로 내뱉는 순간. 스스로에 대한 작은 안부..
이것은 하나의 나무다 책장 정리는 저에게 앓는 이 같은 존재에요. 당장 치과에 가기는 싫은데 그래도 치료는 해야할 것 같은. 사실 저의 오랜 꿈은 나선형 계단이 있는 거대한 서재를 갖는거에요. 하지만 상황상, 꿈은 꿈으로 두고, 책장을 하나 더 사려 했으나, 가족의 반대로 두개를 샀는데, 사고 보니 오히려 한개를 더 안산게 마음에 듭니다. 저는 미니멀리스트가 꿈이니까요! 헤헤. ᄒ..
암막커튼에 대하여 2 저는 저녁형 인간입니다. 정확히는 올빼미족이죠. 몇번 아침형 인간처럼 살아보려 노력해봤는데, 안되더라고요. 모든 이유를 떠나서 밤에 머리가 더 맑은 느낌입니다. 밤을 지새울 때 그 홀로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모두가 잠든 시각에 나만 깨어 있는 느낌. 우주에 혼자 있는 느낌. 그렇기에 암막커튼의 존재가 소중해요. 암막커튼은 제가 신이 되게 해주죠. 밤이 되어라-하면 밤이 되니까요. 밤에 활동을 하고, 낮까지 곤히 자고 나서 일어나 커튼을 쳤을 때 짠-하고 한낮의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면 그것 또한 선물같아요. 인간은 태초에 태양을 따라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잤으니 그 시스템을 따르는게 좋다,라고는 하지만, 전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과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에 저녁형 인간이 없었을까? 올빼미..
암막커튼에 대하여 1 저희집은 주택이라 겨울에는 창으로 한기가 오소소 스며드는데요. 이제 본격적인 한파라 겨울임에도 계속 뭉근히 버티고 있던 면 커튼에서 암막커튼으로 바꾸어 창을 가려보았습니다. 확실히 추위는 덜한 것 같아요. 그런데, 깜빡하고 커튼을 쳐두지 않으면, 밤이고 낮이고 밤만 지속되는 듯한 느낌에, 한기가 느껴집니다. 면 커튼으로 투과되던 은은한 햇살이 없어진다는게,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그것 또한 암막으로 차단되었다는 이유로, 방은 빛도, 추위도 느껴지지 않는(정확히는 덜 느껴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문득 한기가 들기는 했지만 햇살이 은은히 투과되던 한낮의 면 커튼이 그리워집니다. 곧 봄이 오면 바꿔달긴 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그 은은한 햇살을 그리워해야만할 것 같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잠깐..
초롱문구에 가다 집 근처에 예쁘고 소소한 문구점이 있기를 소망했는데 1년 전부터 집 근처에 존재하고 있었어요! 들어가자마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온 것마냥 눈이 휘둥그래져서 그 1평 남짓한 작은 매장을 세바퀴나 돌고 돌았어요. 돌수록 새롭고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고 쪼꼬맣고 귀여운 친구들이 계속 저를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어요ㅠㅠ 나 좀 나가게 해줘... 친구들... 지름신의 강림을 간신히 막아가며(?) 새 모양 우드테이프커터 하나, 로즈골드 클립 네개, 강아지오리수박 브로치 각 하나:)를 구입했어요. 이 문방구의 대미는 결제하고 나서부터에요. “제가 이거 하기 위해서 판매를 시작했어요.” 하시면서 각 제품들 다 각자 예쁜 봉투에 넣고 예쁜 종이백에 담고 예쁜 파란색이 나는 스테이플러 심으로 봉투입구를 찝고 초롱문구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