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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일상

암막커튼에 대하여 2

 

저는 저녁형 인간입니다. 정확히는 올빼미족이죠. 몇번 아침형 인간처럼 살아보려

노력해봤는데, 안되더라고요. 모든 이유를 떠나서 밤에 머리가 더 맑은 느낌입니다.

밤을 지새울 때 그 홀로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요. 모두가 잠든 시각에

나만 깨어 있는 느낌. 우주에 혼자 있는 느낌.

그렇기에 암막커튼의 존재가 소중해요. 암막커튼은 제가 신이 되게 해주죠.

밤이 되어라-하면 밤이 되니까요. 밤에 활동을 하고, 낮까지 곤히 자고 나서 일어나

커튼을 쳤을 때 짠-하고 한낮의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면 그것 또한 선물같아요.

인간은 태초에 태양을 따라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잤으니 그 시스템을

따르는게 좋다,라고는 하지만, 전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과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에 저녁형 인간이 없었을까? 올빼미족이 없었을까? 전 있었다 봅니다(ㅋ).

 

물론, 그 시절에는 도태되었었겠죠. 아니면 무리 흐름에 끼어 겨우 살아갔거나.

하지만 다양한 기술의 개발로 올빼미족이 점차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고,

암막커튼까지 탄생하자[!] 드디어 올빼미족은 아침형인간 만큼이나 자신의 생체리듬에

맞는 환경설정이 가능해진거죠. 드디어 올빼미족 전성시대[!]가 열린겁니다. 헤헤.

덕분에 전 지금 암막커튼에 대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 열려도 저에겐 밤일겁니다. 해가 중천에 떠야 부스스 일어날테지만,

그게 제 마음을 가득채우는, 지금은 저에게 가장 편안한 리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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