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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일상

손수건이 나에게 묻다

 

전 손발이 원래 찬데다, 긴장하면 손에 땀이 계속 배어나오는 체질이에요. 그래서 무대 앞에 서야 할 일이 있거나, 시험을 보거나 등등의 일이 있으면 손끝과 손바닥에 땀이 흥건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슥슥- 옷에 문지르거나, 휴지로 대충 슥- 닦고 버리는 무의식적인 습관으로 대처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러다, 각종 미니멀리즘 서적을 읽으면서 손수건을 챙겨 다니는 사례를 보았는데, 처음 접했을 때는 부정적이었었어요. 와- 저걸 가방에 넣어다니면 내용물과 섞여서 너저분해지고 한번 닦고 나면 더러워질 텐데 어떻게 갖고 다니지? 매일 빨아야 하잖아!(저는 손세탁이 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어요) 했어요.

그런데, 계속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게. 그러다가 정말 어느날 무심코, 이 한 장의 손수건을 질러버렸습니다. 

예쁜 목화 자수가 그려진 손수건. 약간 빳빳하지만, 비누로 금방 빨고 탁탁 털면 금방 마르는. 인생 첫 손수건이에요. 

비로소 손수건이 눈앞에 있고 나니, 내가 그간 얼마나 나의 손의 상태에 무심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손수건이 묻는 듯 했어요. 너의 손이 여기 '있다'는 것을, 너는 진짜 알고 있었니? 

앞으로 얼머나 이 손수건과 함께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 자신의 몸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느낌이 만족스럽습니다. 타자를 치는 동안에도 손에 살짝 물기가 어리네요. 얼른 슥-한번 닦아봅니다. 

여기서 당신에게 질문을 하나 보냅니다.

 

당신도,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넘겨버리는 몸의 반응들,이 있나요? 만약 알게 되었다면, 지금 무의식중에 하는 그 반응보다 조금 더 따스하고 세심하게 대할 수 있는 반응은 어떤게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