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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일상

감기와 사랑

 

 

 지난주 금요일부터 아이가 밤에 기침을 했다. 느낌이 좋지 않아 다음 날 병원에 갔다. 감기약을 처방받아 먹이는데 열까지 오른다. 해열제를 먹이니 잠잠해졌지만, 한숨 돌리자 놀리듯 다시 열이 올랐다.

 

 열과의 밤샘 사투가 시작되었다. 비몽사몽의 상태로 재우다가 다시 아이가 깨면 해열제를 먹이고 재우고 다시 자고, 낮에도 비슷한 상태로 아이를 돌보았다. 남편이 출장을 갔던 터라, 이어진 평일에도 회사에 연가를 내고 계속 아이를 돌보았다.

 그런 와중에 내 몸도 심상치가 않았다. 토요일부터 심한 두통이 왔다. 두통은 이틀을 가더니, 그러고 나서 일요일 밤, 결국 감기가 왔다. 열이 계속 오르고 온몸에 몸살이 왔다. 



 너무너무 아팠다. 온몸이 두드려 맞듯이 아팠다. 월요일, 아이와 같이 병원에 가서 같이 진료를 받고 돌아왔다. 아기 끼니를 챙겨줄 때만 몸을 겨우겨우 일으켰다가 약 먹고 틈만 나면 잤다. 그런데도 몸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감기는 약 먹어도 7일, 안 먹어도 7일이래.”

 출근을 앞둔,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밤. 새벽에 잠을 깼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이불속으로 몸을 파고 들어가도 추웠다. 한시간여를 떨었을까. 

 

 그동안, 이럴 때면 늘 왔듯이. 과거로의 반추-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가 시작되고 무수한 자기비난의 시간이 왔다. 아주아주, 깊숙이 나의 마음을 찔러대는 시간.

 그런데, 이번에는 그 자기비난의 시간이 오래가지 않았다.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또 반추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그러고 났더니 깊숙한 자기비난이 멈췄다. 그리고 어느 수업에서 배운 방법이 떠올랐다. ‘고통 속에서도 아름다운 것을 찾으라.’ 

 바로 아이의 얼굴로 시선이 향한다. 주황색 조명 빛을 받은 둥그스름하고 뽀얀 얼굴. 약간 드르릉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결 편해진 콧소리, 이제는 기침 없이 쭈욱 자고 있는 얼굴. 아이의 편안한 얼굴을 보니 사랑이 솟았다. 그러고나니 몸의 열감과 추위가 조금 사그라드는 듯 했다. 


 

 그리고 나니 떠올랐다. 내가 아프다고 칭얼거리면, 나에게 아낌없이 사랑과 연민을 보내줄 사람들. 한 사람 한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나니, 무슨 말을 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몸의 열감과 떨림이 거의 가라앉았다.

 

 그리고 나는 침대 밖으로 걸어 나와 감기약 한 알을 먹었다. 한결 편안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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