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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일상

긴 겨울


 긴 겨울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겨울이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 겨울에 속해 있을지도 모른다.



 작년, 나의 인생은 정점을 찍었었다.


 
 나의 에너지의 원천이자 소명이었던
<자기연민>을 심화시켰고,
 이를 뿌리 삼은 코치가 되어보자고 결심했었다. 
 
 자기연민을 심화시키기 위해 진행했던 소소한 기획들
 <연민메이트 프로젝트 3, 4(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
몸이 나를 위로한다)>가 잘 마무리 되었고,
 
 자기연민 독서모임 <연민의 지혜>를 모집하여
마무리했고, 처음으로 멘토코치로도 활동해보았고,
 퍼실리테이터는 자격증은 따지 못했지만
 스터디 모임을 6월-11월까지 자발적으로 운영하면서
 뒤돌아봐도 후회 없을 정도로 집중해 보았었다.
 
 11월까지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고, 12월에는 휴식 후
 2024년에 다시 날아보자,라고 의기양양했었다.



 살짝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휴식기라고 생각했던
12월에 스케줄이 점차 들어차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것은 나의 완벽한 계획을 당황시켰다.
 
그리고 그 균열의 틈으로
불안이 서서히 스며 들어왔다.
 
갑자기,
함께했던 멤버들이 함께하기를
원하는 것일지 두려움이 들었고,
그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불안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올라온 의심이
외부의 의사를 확인한다고 잠재워질 리 없었다. 

그리고,
2024년에의 영감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12월 말의 나는, 그야말로 텅텅 비어버렸다.
심지어 나의 에너지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던,
소명이라고 생각했던
자기연민마저도 까맣게 식어버린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멍-해져버린 불안감의 상태에서 허우적거리며
그나마 떠올랐던 건, 
지친건지 혹은 내적 압력 때문인지
혹은 그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서 이끌어가는 형태는 그만둬야한다는 것.
 
그래서 2024년에 또 독자적인 기획으로
운영하려 했던 연민메이트를 
6명이 월별로 나누어 기획하고 진행하는 
<6인 6색 연민프로젝트- 0월의 연민메이트>로
운영형태를 바꾸었다. 

 그리고, 작년에 마무리하려고 했던 퍼실리테이션
자격증 취득 목표 기한을 2024년까지로 늘렸다. 
함께 스터디를 운영했던 분께서 손을 내밀어 주셨고,
이곳에 더 에너지를 쏟을지 고민했지만
결국, 아쉬움에 손을 잡아보기로 했다.



 2024년 1월, 김다은 코치님께서 주최해주셨던
포인츠오브유 모임에서
 2024년 나의 카드는 <Together>였었다. 

 <함께>라니, 완전히 홀로 목표를 추구하고
살아왔던 삶의 태도를 
180도 엎어버리는 단어였다.
그래서 나에게 꽤나 당황스러운 단어였다.
 
하지만, 밖에서만 떠돌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려오고,
그런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적 압력이 느껴지고, 
누군가가 손을 내밀고, 그 손을 기꺼이 잡고, 
확실성으로 움직이던 내가,
누군가와 함께함으로써
불확실성에 몸을 맡기는 이 흐름은,
그것이 맞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그러고 나니, 알아차리는 것이다.
결국, 그 균열은 결국 났어야 할 균열이었다는 것을.
2024년도의 나의 흐름은
온전히 나에게 닿는 것들에
몸을 맡기고 함께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이 나에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퍼실리테이션 시험에 합격하였고,
자기연민 오프라인 수업을
처음으로 진행해보며 가능성을 보았고,
그렇게 세번째 자기연민 독서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 나의 흐름을 통찰하면서 
연민메이트 멤버와 이런 말을 나눴다.
 
 “지금까지는 내가 가진 날개만으로
몸을 띄우려 아등바등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시선이 땅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하늘이 다였죠.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은
그 사람의 날개를 가지고
구름 위에 있는 무언가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네요.”
 
이 흐름이 과연 어디로 닿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