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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일상

모든 패를 내어 놓았다

 
검은 강물이 흘렀었다.
나와 온전한 사랑 사이에.
그 검은 강물은 감히 건널 수 없을 듯 보였다.



처음에는 내가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줄도 몰랐다.
그리고 사랑을 원하는 줄 ‘알았을’ 때에는,
그 사이에 검은 강물이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 강물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강물 앞에서 
울기도 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화를 내보기도 하고, 무력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어떤 반응에도 상관없이
검은 강물은 고고히 흐르고 있었다.

나와 검은 강물과 사랑은 
그렇게 대치 상태로 꽤 있었다.



그러다 어제,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 한 문구를 보았다.

영속적인 평화와 기쁨과 행복을 원한다면 
내면의 혼란을 뚫고 건너편으로 가야만 한다.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나 사랑이 
물결처럼 차오르는 그런 삶을 살 수 있다. 
그것이 당신 존재의 본성이다. 
그저 마음의 건너편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집착의 습성을 놓아 버림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그저 끊임없이 놓아 보내는 
이 해방의 여정을 떠나기로 굳게 결심하라. 

건너편, 검은 강물의 건너편.
그는 ‘그저’ 마음의 건너편으로 가라고 한다.
집착을 놓아 버리면 그렇게 가능하다고 한다.

 쉽고도 어려운 말이다. 
어쩌면 이미 알았던 말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멀었던 말이다.
 그게 이 타이밍에 이렇게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은 강물이 점점 말라가고 있음을,
 강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진다.
 아니면, 어느 새 탁,하고 증발해버릴 것 같은,
 혹은 그곳에 이미 아무것도 없었음을 
알게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햇볕 아래 나의 모든 패를 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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