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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일상

식물일기

 5월 4일, 택배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화분 두개와 흙덩이, 그리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몇 개의 물건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두 개의 황금색 씨앗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이 씨앗에서 꽃이 피는거야?!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초등학교 때 고작 강낭콩을 발아시켜 보았던(실제로 발아한걸 보았던가?) 경험이 나의 식물 키운 경험의 전부였다. 
 
 연민메이트 멤버 중 한 명인 미희님께서 5월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리딩해주셨다. <5월 연민메이트 프로젝트-Sally의 씨앗에서 씨앗으로> 말 그대로 씨앗을 받아서 발아부터 시작해서 키워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나는 지금까지 주로 식물을 고사시키는 쪽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미희님께서 선물해주신 고사리를 몇 개월간 키워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때만큼 주눅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리딩해주시는 미희님의 ‘안되면 어쩔 수 없죠.’라는 쿨한 모습도 많이 의지가 되었다. 그래, 고사시켜도 어쩔 수 없지. 그냥 키우는 경험을 해보자!
 
 5월 12일, 씨앗에 처음으로 물을 주고 외출을 했다.
그릇 위에 티슈를 깔고 황금색 씨앗을 올린 후 물을 듬뿍 주었다. 제라늄 두 종이었다. 이 꽃으로 택한 이유는 생장이 아주 빠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같은 날 오후, 그 사이에 황금빛 껍질이 까지면서(이 황금색은 씨앗의 분류를 위한 코팅이라고 한다), 갈색 씨앗이 보였다. 조금 커진 느낌? 이 사이에도 큰다고?!

 
 5월 13일, 잠깐의 위기. 보일러를 세게 틀어서 휴지가 말랐다. 급히 물을 가득 채우는 응급조치를 했다. 제발, 살아야 해!

5월 14일, 무언가가 씨앗에서 머리를 쳐들었다! &amp;nbsp;아니, 정말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

 

5월 15일, 하나는 뿌리가, 하나는 잎이, 불쑥 인사를 했다. 제멋대로인 친구들, 안녕?
5월 16일, 두개의 떡잎들이 각자의 씨앗에서 마지막 이별을 한다. 아이가 떡잎 끄트머리에 남은 씨앗껍데기를 빼 주었다.

 

5월 17일, 의연한 두쌍의 떡잎들.
5월 18일, 지피펠렛으로 두 아가들을 옮겨 심었다. 이제 어엿한 식물이라 부를 수 있다. 벅차다.
5월 22일, 이제 슬슬 본잎이 올라오려고 자리를 비켜준다.
5월 26일, 떡잎만큼 커진 본잎들. 어떻게 하나의 식물안에 두가지 잎이 있지? 신기하다.

 5월 27일, 연민메이트 줌모임 날이었다. 각자 식물을 키우는 소회를 나누었다. 나는 그간 식물들의 단면만 본 것 같다고. 그냥 새싹이 돋았구나. 꽃이 폈구나. 이정도였다고. 하지만 식물이 성장하는 면면을 매일 확인하면서 한 식물을 볼 때 이제는 그 성장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내가 모르던 세상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식물에게 달려가고, 물주는 일로 하루가 시작된다. 그러면 그렇게 일어나기 싫던 아침이, 호기심과 두근거림으로 조금은 바뀐 것 같다. 
 
 미희님이 이대로라면(습도가 높은 여름만 잘 버틴다면) 제라늄이 9월에는 꽃을 피울 것 같다고 하셨다. 피운 제라늄을 가지고 연민메이트 멤버들을 만난다면 정말 찡할 것 같다.

6월 4일의 제라늄으로 마무리를 해본다. 곧 화분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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