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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코칭

예민함에 대하여[20201222]

 

전 '예민한' 사람입니다. 음. 사실 인정하기 싫어요. 흐흐. 좀 부정적인 느낌이잖아요?

그간 마음 속 칼날이 많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가족과 평소랑 다름 없는 대화를 하는데

툭-하고 던지더라고요. "너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해?"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제가 잘 마음을 다독여왔던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생각이 들었죠. '나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그러다가 문득, 나에게 '예민'이라는 말이 가진 의미가 뭘까,하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생각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가, 너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라고 말하면 막 화부터 냈어요.

나 그런 사람 아니야아아아악!!! 라는 마음속 외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렷을 때부터 그 말이 아주 부정적인 관념이었던 거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저는 어렷을 때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를

이 '예민함'으로 판단했던 것 같아요. 예민하게 구는 기질에도 불구하고 존중받고 사랑받았어야 하는데,

사랑받지 못한 기억이 '예민'이라는 친구를 부정적으로 만든 이유였던 것 같아요.

 


여기까지 고민하고 나니, 앞으로 계속 이렇게 화내며 살꺼야?하고 마음이 묻더라고요.

'예민'이라는 제 마음속 부정적 단어를 다시 중립적 위치로 되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장점을 끄적여봤어요.

저는 예민해서 글을 쓸 소재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무언가를 날카롭게 캐치하고, 머릿속에서

새롭게 환기해서 받아들이는게 수월하죠. 예민함이 있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분을 더 잘 느끼고,

더 잘 배려해 줄 수 있어요. 물론- 오바해서 배려해줄 때도 있지만요. 아이를 키우면서도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미리 예측해서 조금 안정적인 중간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아이가 변화된 환경에 거부감 없이 안착할 때 그 쾌감이란!

고양이가 갑자기 떠올랐어요. 고양이처럼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걸 떠나서 모든 자극을 기질적으로

살갖에 더 따끔거리게 받아들이는거죠. 그렇게 예민함으로 얻은 정보들을 통해서

저는 미리 불편한 상황들에 대비하고 제가 원하는 고요함- 편안한 상태 속에 지속적으로 머무를 수 있게 해줘요.

이렇게 끄적이고 나니, 나는 나의 '예민함'을 사랑받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결점으로 판단했었구나.

그런데 이게 사실은 태생적인 나의 기질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양이가 예민함이라는 기질을 타고 났음에도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나도 태생적으로 타고난 이 기질을 안고 살아가야겠구나.하는 결론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고양이는 예민해도 귀엽잖아요? 허허허... 그러니까 저도...(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