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코칭

[자기대화] 신의 계획대로

라이프코치 소란 2025. 1. 13. 01:29

 
2025년 초, 부서 내 업무를 바꾸었다.
공식적 사유는 아이 돌봄이었고, 공공연한 사유는
육아와 업무 부하로 인한 병행 불가였다.
그 당시에는 더 이상 그 업무를
육아와 병행 못할 것만 같았고,
부서장은 순순히 자리를 바꾸어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자리에 와 보니,
그게 정말 불가능한 게 아니었던 것 같은 것이다.
병행이 가능했다. 가능한 것 같다.
단지, 내가 그 무게를 못 견뎠던 것이지.
아니, 사실 무게보다도 주변의 압력을 못 이겼다.
 
왜 니가 그 힘든 일을 하고 있냐고,
쉬운 자리로 가라고.
지금 힘든 일을 할 때가 아니라고,
모두들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다보니, 나도 그런가, 싶은 것이다.
그 누구도 나의 수고를 격려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나오라고만 말한다.
내가 앉지 않을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내가 어리석은 것처럼 느껴졌다.
 
원래 내가 앉을 자리는 이 자리가 아니었다.
나는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조금은 업무에 여유 있는 자리를 원했는데,
그것과 관계 없이, 그 자리에 앉힌 건 부서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냈다.

그런데 지금은, 도망자처럼 느껴진다.
할 수 있는데, 기회를 엿보며 빠져버린
기회주의자가 된 것 같았다.
그 부서장에게는 서운한게 없고,
나는 나만 나쁜 사람인 것만 같은 것이다.
 
할 수 있었잖아, 겁쟁이.
할 수 있었잖아, 겁쟁아.
기회주의자, 나쁜 인간.
자기 생각만 하는 나쁜 인간.
 
삶을 통제해야 해.
나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나는 틀렸어.
 
이 세가지 주문이
나의 마음 속에 강력히 자리잡고 있었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의 의견과 결합된 순간,
엄청난 감정의 파고가 일었고, 나는 나가떨어졌다.
 
이 스토리텔러들이 없었다면,
나의 빛으로 이 상황을 비출 수 있었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하였을까?
 
이 두려움의 목소리들은 내가 아니다.
나는 삶을 경험하고 있었다.
삶은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다.
 
삶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야.
나는 제대로 하고 있어.
나는 틀리지 않았어.
 
삶이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
 
6개월간의 총무 업무가 그 첫번째 선물이었고,
그 다음의 현 업무가 두번째 선물이라면?
모든 것이 신의 의도 아래 펼쳐진 거라면?
 
총무 업무를 경험하게 해 주어서 감사하고,
적절한 시기에 현재 업무로 넘어오게 되어 감사하고,
좋은 멤버들과 함께하게 해 주어서 감사하고.
 
감사한 일 투성이인데,
이렇게 난 벌벌 떨고 있다.
 
신은 선물을 가득히 펼쳐 놓았는데,
나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이리 와, 놀자.
나랑 이 풀밭에서 놀자.
너에게 시간을 줄게.
너의 아이와 이 풀밭에서 맘껏 뛰어 놀아.
어서 와.
어서 와.
이제 그만 웅크리고 있어, 나와.
 
삶은 늘 너에게 선물이었어.
오해야.
벌벌 떨고 있지 마.
삶은 늘 너에게 선물이었어.
나와, 그 방에서.
단죄의 방에서 그만 나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니.
조금 더 잘할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 더 못하지 않아서 다행이잖아.
너는 최선을 다 했어.
너는 최선을 다 했어.
햇볕 아래서 밝게 웃어.
너는 최선을 다 했어.


나를 용서할 수 없어요.
내가 멍청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용서할 수 없어요.
 
그렇구나, 그렇구나, 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누구나 두려움이 있어.
너 자신을 연민하기를.
최선을 다한 너를 안아주기를.
그리고 그 공로로 이곳에 온 너를, 보듬어주기를.
누구도, 너에게 그 어떤 사람도 비난하지 못해.
그런데, 너만 너 자신을 비난하는구나.
 
완벽하지 못했어요.
트라우마에 갇혀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어요.

미리 이야기를 했던들, 달라졌을까?

아니요. 우리 부서장은 달라지지 않았을 거에요.
더 나를 설득했을 거고, 더 나는 오래 고민했겠죠.
결과는 같았을 거에요.
 
누구나 너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면,
너의 상황이었다면, 너의 의식이였다면,
누구나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너를 용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날 용서할 수 없어요.
 
평생 단죄하면서 살아갈 거니?
아니요.
그러고 싶니?
아니요.

너가 정말 원하는 거는 뭐니?
평안을 얻는 것.
어떻게 하면 평안을 얻을 수 있니?
내가 여기 있음을 인정하면요.
내가 여기 있음을 신뢰하면요.
내가 여기 있음을 당연하게 여기면요.

니가 여기 있음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니가 여기 있음을 신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모든 것이 신의 뜻대로,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요.
모든 것이 신의 계획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요.
 
삶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야.
나는 제대로 하고 있어.
나는 틀리지 않았어.
 
이 말을 믿니?
조금, 스며들어요.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아침마다 이렇게 말할게요.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는 신의 계획 아래 있다,라고.
신의 계획 아래.
신의 계획 아래.
신의 계획 아래.
 
그 말을 진심으로 믿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