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유산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났다.
누군들 고통스럽지 않았겠냐만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났고,
나는 지금 살아있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새로운 문제를 만났다.
나의 트라우마를 아이에게
대물림했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시작은, 어린이집 선생님과
정기 상담을 하면서 나눈 대화였다.
“어머님, 아가가 해명을 잘 안 해요.
다른 친구랑 우연히 부딪혔을 때,
아이들이 서로 오해할 수 있잖아요.
상대는 자신을 때렸다,라고 주장할 때,
우리 아가는 선생님이 물어봐도
해명을 안 해요. 오히려 입을 꾹 다물어요.”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
패턴이 나와 같았다.
나도 남편과 싸울 때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입을 꾹 닫아버렸었다.
아이가 그 패턴을 똑같이 하고 있다니-
아이도 나와 똑같은 저항에 있을까.
말해도 소용없어, 라는. 그것은
나한테 패턴만 물려받았을까,
내면의 저항도 같이 물려받았을까.
아니면 나는 아이에게도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다고, 행동하고 있었을까.
그렇게 조성하고 있었을까.
나는 다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라이프코칭을 접하고 여러 마음작업들을 하면서
나의 많은 상처들을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는 도루묵이었다.
아이와 있으면서 벌어지는
갑작스런 상황과 갈등들은
미처 정제되지 못한 나의
무의식과 본능을 건드렸다.
그러면 나는 본능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고,
또 아이에게 어른스럽게 드러내지
못한 것에 대하여 자괴감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해왔던
마음작업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마음 작업을 하기 전 어린아이처럼
느껴졌고, 좌절했다. 수도 없이 좌절했다.
하지만, 나는 좌절에 머무를 수 없었다.
엄마였기에. 내가 상처받은 채로 살면,
아이 또한 상처받은 존재가 된다.
절대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여기에 머물 수 없다.
아가야,
엄마가 지금은 이렇게 과거의 상처로 인해
비뚤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만,
더 열심히 노력할게.
더 열심히 마음을 들여다볼게.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너 또한 제대로 볼 수 있으니.
그래야 너의 시야 또한 상처받지 않고
비뚤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니.
나의 신이고,
나의 천사고,
사랑 그 자체인,
나의 아가를 위해.
나도 빛나는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
